얼굴 없는 아버지에게
모우터싸이클을 타고 가을의 환한 햇빛 속을 달려나갈 때
나는 녹슬어버렸다 그건 당신의 이마를 향하여
돌을 던지는 것인데 당신은 얼굴이 없으므로
그 돌은 명중할 수 없다 오늘 나의 생일에
창문마다 불빛 하나씩 내다 건 거리의 끝에서
자욱한 새벽 안개 속에서 내가 당신의 어두운 윤곽으로
거리를 나올 때 당신은 나에게 무어라 잔등 두드리겠는가
나의 물그릇은 아침에
버리는 물 속에 함께 내버려져 저녁 가을 강이 붉게
녹스는 것을 도와 주고
바다가 소금을 결정할 때 손쉽게 모여 소금이 될 것이다
한낮 가득한 돌들이 무거워지는 낯익은 소리들
자욱한 소리들 모우터싸이클을 타고 햇빛의 밖에서
저녁으로 달려올 때 당신은 아직 얼굴 없는
산이다 불타는 가을 산이다
「생일주간」
이문재 詩集『내 젖은 구두 벗이 해에게 보여줄 때』(민음사, 1984) 中에서
他人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는 관계적 정의로서의 상대적 교감에 대한 감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내게 따뜻한 영향으로, 한뼘이라도 나의 삶에 좋은 의미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 한 방울 떨어진 잉크가 물든 손수건, 빨아도 지지 않는 그 흔적을, 추억으로 남겨두는 그런 느낌으로...
'시인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月의 詩: 네가 그리울 때만 환했다 (11) | 2020.02.01 |
---|---|
돌아가는 먼 길, 不醉不歸 (9) | 2019.12.09 |
종이얼굴 (18) | 2019.11.09 |
아름다운 사냥 (4) | 2019.10.05 |
꽃이 핀다 (4) | 2019.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