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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바닷가의 장례

 




 

장례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 섬 하나를
떠메고 왔다, 뭍으로 닿은 순간
바람에 벗겨지는 연기를 보고 장례식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우리에게 장례말고 더 큰 축제가
일찍이 있었던가

녹아서 짓밟히고 버려져서
낮은 곳으로 모이는 억만 년도 더 된 소금들,
누구나 바닷물이 소금으로 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죽음은 연두빛 흐린 물결로 네 몸 속에서도 출렁거리고 있다
썩지 않는다면, 슬픔의 방부제 다하지 않는다면
소금 위에 반짝이는 저 노을 보아라

죽음은 때로 섬을 집어삼키려 파도 치며 밀려온다
석 자 세 치 물고기들 섬 가까이 배회할 것이다, 물밑을
아는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사자의 어록을 들추려고
더 이상 애쓰지 말자, 다만 해안선 가득 부서지는
황홀한 파도의 띠를 두르고

서천 저편으로 옮겨진다는, 질펀한
석양으로 깎여서 천천히 비워지는


「바닷가의 장례」
  김명인詩集 『바닷가의 장례』(문학과 지성.1997)




 

 

 

술잔을 부딪히며 독주를 서로의 잔에 흘리던 그 오래된 웃음 너머,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나눌 때. 그 곳을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그래서 남은 자들은, 나는 기억으로만 그 투명한 두려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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