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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당신 몸 흐르는 물소리 깊습니다 생각 더욱 깊어지고 완강해지는 눈빛, 나는 당신의 상실을 
봅니다 내게 타인이라고 말하지 않던 당신  마음 언저리 썰렁하게 비어가고 풀벌레 소리 빈자
리를 채웁니다 이제는 당신 작은 뜨락조차 채울 수 없는 나의 달빛인지요  달빛으로 채우려했
던 당신, 어둠으로 넘쳐 다공의 내 뼈 속을 채웁니다  내가 당신을 향해 희망이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나를 향해  절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과 절망은  당신 몸 속에서  만나 강물처럼 소
용돌이치며 흘렀습니다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김윤배 詩集 『강깊은 당신 편지』(문학과 지성.1991)


 

 

이와 혀와 내 목을 울리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당신을 부르던 때,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