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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이성복 詩集 『아,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지성,2003)

 


 


내 마음은 꽃들이 잃어버린 집이다. 지금 보이는 꽃들은 내 마음의 그림자다.
꽃들에게 집이 없다는 것은 내 마음의 집이 없다는 것이다.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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