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와
구름의 물결이 숲 위에서 걷혀지기를 그래서 이제
우리가 낮의 숨결을 바꿀 시간이기를
아직 저녁이었다 해는 여전히 냉정하게
두 팔을 산 위에 얹어놓고 있었다
우리들 중의 누구는 뗏목을 타고 왔고 걸어왔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눈부셨다
그러나 이 저녁에 참으로 투명한 이 날에
선택받은 자는 누구인가 목수가 될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기다렸다 해가 지고 숲 위로
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중략...)
저녁이 오면 나는 창가에 앉아
한 나무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또 한 그루의 나무가
그림자를 뻗어 서로 맞닿는다
그 그늘 속에는 설탕을 나르는 곤충들과 이상한 새와
공을 잡으러 가는 여자아이들도 있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무엇도 있다
밤에 우리들의 절대자는 숲에 있다 그는
까마귀와 놀고 여신과 입맞추고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우리들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우리는 그가 한 나무로 변하는 것을 안다
그가 바람으로 달무리의 구름으로 변하여
수세기 동안 우리 위에 군림하는 것을 안다
그는 우리보다 더 많은 무기를 가지고
더욱 많은 웃음을 웃는다
「저녁 나무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안재찬 詩集 『시운동 詩選集』(푸른숲, 1989)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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