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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좋은 밤

 

밤이 올 때까지
밤에 대한 책을 읽는다

책장을 덮으면 밤은 이미
문지방 너머에 도착해 있다

얼마나 많은 동굴을 섭렵해야
저토록 검고 거대한 눈이 생기는가

매번 다른 사투리로 맞이하는 
밤은 날마다 고향이 달랐다

밤이 왔다
밤의 시계는 매초마다 문 잠그는 소리를 낸다
나를 끌고 고독 속으로 들어간다

낮의 일을 떠올린다
노인은 물속에 묻히고 싶다며
자전거를 끌고 연꽃 속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고

최고의 악동은 살아남는다고
지구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반드시 만날 거라고

밤의 배 속에서 돌들이 식는다
나의 차가운 혀도 
뜨거운 무언가(無言歌)를 삼키리라

낮엔 젊었고 밤엔 늙었다
낮에 노인을 만났고 밤에 그 노인이 됐다

밤은 날마다 좋은 밤이었다

 


 「좋은 밤」 
   심보선 詩集 『오늘은 잘 모르겠어』(문학과지성, 2017)


쓸데없는 생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지 - 밤 - 오랜 만에 본 드라마 - Carry Me- Family of the Year - Hero - Yo Truck - Alpine - Sul Ross University - 커다란 국립공원 - 절벽과 길...밤, 좋은 밤.

 

Hero | Family of the Year

 

 

Carry Me | Family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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