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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2月의 詩: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가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언젠가는」 
     조은 詩集 『생의 빛살』(문학과지성, 2010)

 

 


 

    사람의 기억엔 주소가 없다. 그래서 정신없이 쌓아둔 기억의 더미에서 특정 기억을 찾아내려면 단단한 기억의 림보(Limbo,  古聖所)로 내려가 한참을 방황해야할 각오를 해야한다. 하지만 기억마다 하나씩 풀어진 실오라기가 있어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어떤 상황이나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 실오라기를 발견하게 된다면 깊은 낭하에서 불쑥 '그'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억은 곧 나 자신이다. 기억은 나의 과거, 나를 만들어낸 역사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의 일과와 생활이 쌓여 하루가 되고 긴 시간이 되어 나를 여기 그 세월 끝에 서 있게 한다. 그런 기억들 사이에서 정작 내가 간직해야할 소중한 기억은 무엇일까.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내'가 편의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고 또 왜곡하려는 충동을 넘어 내가 정작 마지막에 손에 담아야할 기억을, 그 깊고 긴 기억의 골짜기에서 찾아야 한다면?

     삶의 가치는 결국 마지막에 손에 남겨질 기억의 가치로 바꿔 생각할 수 있다. 내가 하루하루 쌓아올린 삶이 시간이 되고 역사가 되는 동안 기억은 그 모든 것을 지키며 나와 함께 흘러간다. 그리하여 내가 내 삶을 정리해야할 때 마지막으로 떠올려야 할 것, 아마도 그 기억으로 나의 삶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행복한 기억이든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인상에 관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기억의 가치에 대한 스스로의 진실과 열정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또 내가 살고 있는 하루의 가치가 곧 기억의 가치와 연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보는 달과 별이 함께 하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메마른 기억만을 남긴 生에서 아름다운 삶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보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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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담쟁이 (grafolio.naver.com/greenivy76)

 


 

Ray LaMontagne | Such a simple 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