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인과나무

1月의 詩: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군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

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오르는 가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 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살을 우울이라 할 때도

   구름을 오해라 해야 할 때도

   그리고 어둠을 어줍지 않아 말할 때도

 

   첫눈이었다

 

   그걸 뭉쳐 고이 방안에 두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허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허락된 의미였으니까

 

   저기 풀풀 날리는 공중은 형식을 갖지 않았으니

 

   당신은 첫눈입니까



  「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詩集 『당신은 첫눈입니까』(문학동네, 2020) 中에서

 


잠깐의 강렬한 시선이 눈에 인다. 나는 너를 아는 것 같다. 그러나 금새 그 눈빛은 시들고 마음은 황망한 겨울의 골목처럼 텅 빈다. 붉은 신호등 너머 수천가지 빛으로 반짝거리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 너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있기도 했고 지하철 미끄러지듯 기억할 만한 속도로 너의 창백한 얼굴이 지나친 것도 같고 남대문시장 폴라티셔츠를 고르는 자리 언뜻 너의 차고 하얀 손이 지나간 것도 같아. 사람들의 거리 속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헌 책방 몇 페이지 쯤 너의 낙서가 담긴 책들의 필체를 좇아가며 오후의 시간을 덜어낸 적도 있었다. 부질없어라, 기억으로 기억하는 옛날은 生에 덧댄 거추장스런 허무다.

 

空中, 모든 부유하는 것들은 슬픔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환영으로 몸을 바꿀 때 까지, 너는 햇살을 쫓는 거미, 기억의 틈 사이에서 곧고 부드럽게 마음의 한가운데로 흘러와 잠들지 않은 꿈을 다시 꿈꾸게 한다. 

 

 

 


 

 

아침의
    고운
        빛
        길
    위를
비추다


 

Lake Street Dive | Better than

 

 

'시인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月의 詩: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7) 2021.03.13
2月의 詩: 언젠가는  (18) 2021.02.08
12月의 詩: 조그만 사랑노래  (11) 2020.12.27
수인선 철도  (16) 2020.11.22
즐거운 생일  (43) 2020.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