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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12月의 詩: 조그만 사랑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中에서

 


 

어제는 오늘의 내일. 그 어디쯤에선가 문득 걷던 길을 멈춰서서 나는 오늘의 일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시간이 쌓아놓은 나의 生活이 관계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을 곰곰히 되짚어 본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과 어제의 기억들이 오늘의 기억들에게 찬찬히 시간의 忍苦를 이야기해주는 동안,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하냥 멈춰선 길에 쌓여가는 눈들을 바라만 보고 있다. 삶은 세는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곱씹어지며 그래도 오랫동안 곁에 두었던 눈부시던 기억들은 눈더미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내일쯤 가 닿으리라 기다렸던 시간들 너머, 허공을 떠돌며 내려앉지 못하는 눈들과 기억들 속, 밤의 공기 속에서 하얗게 멀어져가는 그대.  

 


 

 

 

 

사르락

    사각

        쓱

연필로

    쓰는

        밤

 


 

Harry Styles | Falling (Acoustic ver.)

 

 

JJ Heller | Moon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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