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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50/50


50%의 확률.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나 아니면 반이나 남았나 긍정성에 대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생명이 달린 일이 되버리면 더 이상 언어유희적인 상황으로 남지만은 않는다. 

살 확률이 50%나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죽은 확률이 50%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보다야 50%가 확률적으로 더 낫기는 하지만, 내가 운이 좋아 좋은 쪽의 50%에 들 가능성은 말 그대로 반반이기 때문이다.

50/50. 평범한 일상과 인간관계들이 시한부가 된 생명으로 인해 변해버린다. 

내가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게 무슨 의미지? 근데 왜 하필 나지? 부정 - 분노 - 체념 - 긍정 정도로 진행되는 과정들. 

정말 내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 가 하는 것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가 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삶과 죽음은 유리 한장의 차이. 모두 시한부이긴 마찬가지다. 다만 그 끝이 언제인지를 아는 지 모르는 지가 다를 뿐.

영화는 긍정의 50%를 믿고 나아간다. 아담은 그렇게 절친한 친구와 가족과 함께 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랑까지 찾게 된다. 

열린 결말로 만들었으면 더 진중해 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아니라 이겨낼 수 있다는 장미빛 희망일테니까. 

하지만 삶이 중요한 만큼 죽음을 어떻게 삶에 이해시키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간과한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삶을 긍정하는 것은 죽음을 긍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 전반적으로 영화톤을 가볍고 밝은 기조로 만드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Joshep Gordon-Levitt의 연기는 무난한 편이었다. 그의 어수룩한 느낌들이 젊은 나이에 겪게 되는 혼란으로 잘 표현되어 보였다. 죽음과 파스텔, 정도의 느낌.

노래는 Bee Gees의 To love somebody. 아담이 암선고를 받고 병원을 걸어나오면서 흘러나오던 노래.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런 순간을 위한 부드러운 노래.

......그대는 어떤 노래가 등 뒤로 흘러나오기를 바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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