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인과나무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
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
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서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姿
勢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
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中에서

 
**********************************************************************************************

때로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그대의 배경에도 오랜 시간 역시 그런 변화를 무디게 할 것
이다. 어떤 쓸쓸함으로 그대를 불러도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자세에 달려있는 것이니,
내가 부르는 그대의 이름 또한 그런 순환에서 멀지 않으리라. 

'시인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몸  (4) 2011.02.14
정거장에서의 충고  (4) 2011.01.25
쓸쓸한 날에  (6) 2011.01.18
달팽이의 집  (2) 2010.12.30
푸른 하늘을  (2) 201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