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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10月의 詩: 통영

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이러나 바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주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 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연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 詩「통영」 


시장 간 엄마를 기다리던 대문 앞 길게 드리우던 따뜻하고 길다란 해질녘 햇살을 기억한다. 오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던 버스터미널, 한낮의 소란스러움을 넘어 진공을 울리던 고요한 시간을 기억한다.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웅얼거리던 친구의 시구절을 들으며 잔디밭에 누워 흘려보내던 봄날의 햇살을 기억한다. 오래전 놓아둔 길만큼이나 고즈넉한 기억들이다. 오래전 통영의 바다를 날아가던 바람도 그 위를 뛰어다니던 햇살만큼 .Todo Mi Horizonte Eres Tu Eres Tu. Asi Asi, Eres Tu......


 

 

        책

    꺼낸

반자리

햇모과

    하나

        쏙

 

 

공부하고 일하고 영화보고 음악을 듣고 숨을 쉬고, 가끔 외출하고, 기억하고 그리고 生을 꿈꾸고.

집콕 31주째.


 

Kody West | October

 

Yvonne Elliman | If I can't have you - Movie 'Saturday Night Fever'(1977) OST

 

Yvonne Elliman | If I can't have you - Movie 'Saturday Night Fever'(1977)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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