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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7월의 詩: 슬픔없는 앨리스는 없다

Illustration by Arthur Rackham

 

 

매일매일이 축제이니
우울해하지 마
각설탕같이 움츠러들지 마
설탕 가루 같은 모래바람이 휘날린다
피로감이 끈적거린다

슬픔 없는 해는 없다
슬픔 없는 달도 없다
사랑한 만큼 쓸슬하고
사람은 때에 맞게 오고 갈 테니

힘들어도 슬퍼하지 마
어디에 있든 태양 장미를 잃지 마
너를 응원하는 나를 잊지 마

 

 

  「슬픔없는 앨리스는 없다」 
    신현림 詩集 『반지하 앨리스』 (민음사, 2017) 

 

 


 

성냥팔이 소녀가 불꽃을 태우며 기우뚱 환상을 보는 동안 앨리스는 커다란 구멍으로 끝없는 낙하를 했다. 원죄의 고독,  그 쓸쓸한 확인을 위해서 기꺼이 오랜 시간의 비행을 감수했다. 가녀린 숨결이었으면, 바람에 한없이 나풀대는 깃털이었으면, 그래서 끝없는 가벼움으로 이 세상을 건넜으면. 그런 앨리스에게 누군가 묻는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3월의 토끼처럼 하나씩 하나씩 지푸라기를 꽂고 도도새처럼 노래하며 세상을 건너가는 길을 찾고 싶어요. 그래서 그 너머 세상의 끝, 무지개가 못박힌 곳. 그 곳은 神話들이 숨쉬고 영원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땅. 오늘은 어제의 내일, 슬픔이 나를 지키는 이 곳에서 멀리 멀리......

 


 

 

 

 

Eva Cassidy |  Songbird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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