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마포 산동네 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넛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마포 산동네」 이재무 詩集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 1990) 中에서 *********************************************************************************************** 오래 전에 그를 만난 적이.. 더보기
유리병 속에 갇힌 세상 실비아 플라스, 테드 휴즈,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자살의 연구, 최승자, 즐거운 일기, 눈오던 12개의 횡단보도, 황인숙, 그 책을 훔쳐 갔던......이, 모든 실타래 속, 멈출 수 없는 기억의 분진, 비가 오던 瑞玉軒. 더보기
2194 혹은 4057 2194일의 전쟁. 숫자로 기억되거나 가늠된다는 것. 254일의 일과와 4057일의 이별, 혹은 기억...그것이 슬픔이거나 혹은 애린이거나... 더보기
노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는 곧 活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 더보기
때론 아무 목적없이 때론 아무 목적없이, 우두커니 그리고 가만히 가만히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는지 무슨 슬픔을 희망을 그리고 있는 지 무엇이 아니어서 좋고 무엇이 되어도 좋은 지 구름이든 호수든 바람이든 섬이든 그 무엇이든 지금 여기... 더보기
소금바다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았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鳥類도 없다 아무 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소금바다」 김종삼 『김종삼 全集』(청하, 1995) 적막은 무화과 이파리 위 한낮의 햇살도 낡게 하고 텅 빈 서점 가지런한 책들의 글자들 짚어가며 지나가던 손가락을 낡게 한다. 그리하여 삶이여 인생이여 그 낡은 대지 위에 거느린 오랜 추억만이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갈림길도 없는 정갈하고 고요한 질서 위... 더보기
하늘에는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는 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지 쉬고 있는 구름과 그 구름 속, 곧 비가 될 물방울들은 모여 강물이 되고 새들이 그 안에서 바람이 된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새가 되고 강물이 되고 구름이 되는 네 안에는 그런 고요한 폭풍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햇살이 길러낸 침엽수림 이파리처럼 서서 맴도는 나... 두번 째 ● Arms by Christina Perri 더보기
길 위에 서다 발이 멈춘 여기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을 가늠하면서 문득 얼마만큼 남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지금 여기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더보기
꽃들은 저기 피안으로 꽃들은 저기 피안(彼岸)으로 건너가고 남은 것은 천년의 시간과 이 다리 뿐 춤출 줄 아는 새들만 여기 남아 모래들이 세월의 바람에 날아오르는 것을 지키고 그대, 어디에서 그 찬란한 의미를 읽고 있는가 환한 키로도 닿지 않는 커다란 그리움 너머로... @ 5월의 진천 농다리(籠橋) 더보기
Historic Route 오래전, 네가 그랬다 한 동안 길 위에서 씨앗이 되고 줄기가 되고 이파리가 되는 그런 순환에 숨어 있었다고. 10월과 11월 쯤 그 좁은 사이 삶과 죽음이 한 뼘쯤 되는 빛을 통해 교차하는 그 순간을 위해 너는 동그랗게 씨앗으로 줄기로 이파리로 두 팔을 길 위에 펴고 먼지와 바람을 덮 으며 기다렸다고 했다. 그 좁은 사이, 기쁨과 슬픔이 영원히 함께 반짝이는 고요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10월과 11월 쯤 그 좁은 사이로 사라져갔다. 길이 역사(歷史)가 되는 곳, 이 길 가 닿는 그 어디쯤에서... 더보기
줄타는 홍기철氏 줄타기 공연을 하는 한국민속촌 홍기철 名人 오랜 시간의 줄타기, 業일것인데...廣大(광대)로서 그런 외로움과 고독함을 보고 싶었다. @ 7월의 용인, 민속촌. 더보기
갯벌...생명들의 饗宴 갯벌을 거닐며 수많은 생명들의 향연(饗宴)을 보다...@ 7월의 잠진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