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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poem

너를 놓고, 바람이 속삭이듯 너를 놓고, 바람이 자고 있는 언덕을 넘어 사랑의 기억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일들이 겨울 이파리처럼 날카롭게 내 이마를 겨누는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를 기다리는 배를 위해 바람이 그렇게 속삭이듯 너를 놓아 주고, 그렇게 배를 바다로 보내고... @ 지난 여름, 잠진도, 한국 두번 째 ●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by 하림 더보기
Joshua Tree National Park Palm Springs에서 며칠을 묵고 떠나던 날, 들렀던 Joshua Tree National Park. Joshua Tree와 바위산들의 들판. 고요하고 정적인...지난 곳들에 비하면 조금은 밋밋했던 곳. 지난 Canyon 여행의 기록들은 여기... Zion National Park Bryce Canyon Horseshoe Bend - Glen Canyon Grand Canyon 더보기
Joshua Tree Joshua Tree, 여호수아(Jehoshua), 야훼의 구원.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순종으로 성전을 치러 가나안 땅을 되찾았다는 지도자, 그리고, 모세의 후계자. 이 척박한 땅을 지나는 여행객들에게 하늘을 향해 솟은 나무들에게 기도하는 자신들의 生存의 희망을 투영하며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November @ Joshua Tree National Park. 더보기
흑백사진을 찍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 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갔으며 낡고 바래어 희미 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 로 뚜렸해지던 누가 등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거다 「흑백사진을 찍었다」 박남준 詩集『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0) 中에서 ****************************************************************************************** 오래된 일들이 혹은 낡은 일기장이 문득 길을 막는다 바람이 .. 더보기
Tante Nudel, Onkel Ruhe und Herr Schlau 이 재미있는 제목, 라는 책은 헬메 하이네(Helme Heine, 참고로 백발의 할아버지임)라는 사람의 동화책 제목이다. 줄거리는 '카타리나'라는 이름의 말괄량이 어린 소녀가 여름방학이 되어 국수 아줌마, 경비 아저씨 그리고 공부씨가 살고 있는 곳에 놀러를 온다. 이 마을엔 국수 아줌마, 경비 아저씨 그리고 공부씨 세 사람이 각자 자기의 일만 하며 살고 있었는 데, 카타리나가 한 명씩 매일 자기와 놀아달라고 하면서,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일을 번갈아 맏게 되면서 모두가, 국수 아줌마가 하던 국수만들기와 푸딩만들기를 할 수 있게 되고, 경비아저씨가 하던 마을을 지키는 일, 그리고 공부씨가 하던 책을 읽고 공부하기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로의 빈 시간에 카타리나와 놀 수 있게 되었고.. 더보기
우정... 무언가를 나눈 다는 것.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하지만 영원하지 않은 것. 차라리 고즈넉한 오후의 햇살과 물결에 떠내려보내는 시간과 같은 것... 두번 째 ● Junk by the Beatles Motor Cars, Handle Bars Bicycles for Two Broken Hearted Jubilee Parachutes, Army Boots Sleeping Bags for Two Sentimental Jamboree Buy Buy Says the Sign in the Shop Window Why Why Says the Junk in the Yard Candlesticks, Building Bricks Something Old and New Memories for You and Me Buy .. 더보기
마포 산동네 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넛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마포 산동네」 이재무 詩集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 1990) 中에서 *********************************************************************************************** 오래 전에 그를 만난 적이.. 더보기
유리병 속에 갇힌 세상 실비아 플라스, 테드 휴즈,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자살의 연구, 최승자, 즐거운 일기, 눈오던 12개의 횡단보도, 황인숙, 그 책을 훔쳐 갔던......이, 모든 실타래 속, 멈출 수 없는 기억의 분진, 비가 오던 瑞玉軒. 더보기
2194 혹은 4057 2194일의 전쟁. 숫자로 기억되거나 가늠된다는 것. 254일의 일과와 4057일의 이별, 혹은 기억...그것이 슬픔이거나 혹은 애린이거나... 더보기
노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는 곧 活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 더보기
사막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일이다. 「사막」 이문재『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속도와 스펙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을 어쩌랴. 새삼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상대성과 점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속으로 사는 삶이 따로 있을까마는 제아무리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정속을 유지해도 나의 정속은 시시각각 속도들의 좌표상에 놓인다. 경쟁이 발전의 초석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또 그와 같은 외설적인 구호가 근대의 숙명임을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고 해서 감당할 만한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속도전의 트라우마는 아랑.. 더보기
때론 아무 목적없이 때론 아무 목적없이, 우두커니 그리고 가만히 가만히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나는 무엇을 꿈꾸며 살고 있는지 무슨 슬픔을 희망을 그리고 있는 지 무엇이 아니어서 좋고 무엇이 되어도 좋은 지 구름이든 호수든 바람이든 섬이든 그 무엇이든 지금 여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