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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기다림 기다림이 무작정 나를 녹슬게 하지는 않는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그래서 나를 지층의 단계로 끌어내리는 그런 기다림이 나를 낡게 한다. 결국엔 이렇게 자리에 박혀 거둘 수 없는 날들을 세며 바람이 데려가리를 기다리는 풍화의 시간. 뜨거운 마음 안, 흩어져 있던 마음들을 모아 눈물을 만들어내는 그런 슬픔이 그 기다림에 깃들게 하리라.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 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 한, 내 가파른 삶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민주, 자유, 평화, 숨결 더운 사랑. 이 늙은 낱말들 앞에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다.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 두부 장사의 핑경 소리가 요즘 없어졌다. 타이탄 트럭에 채소를 싣고 온 사람이 핸드마이크로 아침부터 떠들어대는 소리를 나는 듣는다... 더보기
가을-이파리로부터 겨울-나무에로 떨어지지 않고 남은 이파리들이 겨울로 줄지어 간다 남은 일들은 좀 더 오래된 기억들을 차례로 밀어내는 것, 오랜 영혼이 낯설어 하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슬픈 일은 이파리에게나 주자, 겨우내 땅 위로 떨어질 내 젖은 기억들을 위해. 더보기
그대의 얼굴 그대의 얼굴을 그리다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떨어져 버린다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이유 때문에, 아니면 너무 오래된 기억이거나 아직 알수 없는 그대의 얼굴에 너무 많은 말을 한 까닭에, 하나 둘 아주 일상적인 그대에게...... 더보기
노을 사랑하다 불타버려라,네 이마에 빛나는 기억의 심연도 함께... 더보기
설경 雪景 날 새고 눈 그쳐 있다 뒤에 두고 온 세상, 온갖 괴로움 마치고 한장의 수의에 덮여 있다 때로 죽음이 정화라는 걸 늙음도 하나의 가치라는 걸 일러주는 눈밭 살아서 나는 긴 그림자를 그 우에 짐 부린다 「雪景」 황지우 詩集『게 눈 속의 연꽃』(문학과지성, 1990) 눈이 펑펑 내리던 기억만 있다. 그 거리를 앞질러 가던 가로등과 그림자들. 8월에 그 겨울을 불러내다. 더보기
내 마음의 눈을 잠그다 열.쇠. 마음의 눈을 감고 열리지 않는 빛을 찾으러 가다. 더보기
가수로 태어나리라 비 오는 3호선 지하철 독립문역 나는 젖지 못한다 세계를 적시는 비의 油田을 꿈꾸었으나 나, 메마르고 황량하다 가수는 태어나고 낡은 워드프로세서 앞에서 도대체 무슨 천국을 두 손가락으로 노래하겠다는 건가 죽음에게 전화나 걸지 음악에 몸을 맡겨 삼천 년 동안 표류하는 건 어때, 바다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나의 음악이야 가수는 흐르고 육체를 적시는 영혼의 저녁을 꿈꾸었으나 나, 모래처럼 외롭다 한없는 평행선 한없는 수평선 그리고 자동응답기 같은 날들 빗소리 들리지 않는 8층 공중 누각에서 혼자 흐느끼고 혼자 노래하고 혼자 커피포트에 물을 데우는 남자는 이미 죽은 남자이다 비 오는 20세기 남아 있는 고통 앞에서 나는 생을 젖지 못한다 혼자 블루스나 추며 석유로 뒤덮인 지구에서 「가수로 태어나리라」 박용하 詩集.. 더보기
Maybe Not 새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기를 꿈꾼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그들의 자유를 노래할 수 있기를 이 좁고 어두운 골목, 거미줄로 지탱하는 긴 시간이 처형으로 그치고 다시 자유로운 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There's a dream that I see, I pray it can be Look cross the land, shake this land A wish or a command Dream that I see, don't kill it, it's free You're just a man, you get what you can We all do what we can So we can do just one more thing We can all be free Ma.. 더보기
Yesterday When I Was Young 어제는 나의 어린 날이다 가슴 벅찬 스무 살의 햇살 겨운 그 어느 봄날이나 서른 즈음의 그 푸른 아름다움이나 어제는 항상 나의 어린 날이었다 항상 물구나무를 선 듯 어지럽고 낯선 일상이 두려웠지만 내 어린 어깨를 두드려주던 사람들, 그 둘레에 기댄 내 키가 한 뼘 쯤 커지는 것 같던 어제가 나의 어린 날이었다 그리움은 그런 어린 날들 한가운데 모여 있다 내가 말하고 되뇌이던 얼굴들 내 어린 날의 깊은 마음, 마르지 않는 추억의 심연,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손을 흔들어주고 싶다 더보기 Seems the love I've known has always been The most destructive kind Yes, that's why now I feel so old Before my time. Ye.. 더보기
속삭임, 속삭임 …… 이애, 사람들은 모두가 언제나 너만큼 크냐? 너의 양미간은 참으로 넓고 깊구나. 그 작은 호수마냥, 채송화꽃이 쪼르르 둘레에 피어 있던 그 호수마냥, 너를 보고 있 노라면 나는 목이 마르다. 이애, 저 길 앞으로 나가보자. 이래서는 안되는데, 네가 자고 있을 때면 이애, 나는 너를 흔들어 깨우고 싶다. 그리고 자꾸 수다를 떨고 싶 구나. 그래 옛날 옛적에 사람들이 모두 평화로이 잠들어 있는 사이에 말이지, 그만 땅에 틈이 생기더니…… 그게 바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늘의 이야기. 아, 이 애 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구나. 어떻게 얘기를 해주랴. 폭풍의 이야기로, 아니면 가 벼운 봄비 이야기로, 그것도 아니면 지금처럼 피융피융 내리박히는 여름 햇살의 이 야기로? …… 「속삭임, 속삭임」中에서 최윤 .. 더보기
저녁의 수련 무엇을 느끼니? 숨차하는 만년필아, 노을은 울고, 공기들은 놀라는데, 무엇이 들리니? 말라빠진 하얀 종이야, 수련은 눈을 감고 있는데, 연인의 하얀 얼굴 위로 눈꺼풀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듯이 수련의 꽃잎이 닫히고 있는데, 종소리, 종소리, 빗방울이 때리는 불길한 물-종소리, 멀리 있는 연못-물이 검푸른 빗줄기 끝에서 활짝 핀 수련처럼 시늉하며 뛰어오르는데, 만년필아, 하얀 종이야, 너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저 수련이 저녁의 한숨 속으로 꺼져들면 텅 빈 스크린처럼 하얗게 나의 느린 삶이 남을 것이니, 피가 다 말라버린 하얀 종이처럼. 「저녁의 수련」 채호기 詩集『수련』(문학과지성, 2002) 뚱뚱한 만년필이 주는 포만감에 흠뻑 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만년필이 사랑하는 종이와 그 종이가 그리워.. 더보기
Good Woman 저는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쉽게 할 수 없는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으로 다가와 주세요 그런 사랑을 제게 주세요 I want to be a good woman And I want for you to be a good man This is why I will be leaving And this is why I can't see you no more I will miss your heart so tender And I will love this love forever I don't want be a bad woman And I can't stand to see you be a bad man I will miss your heart so tender And I will love this love forever..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