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썸네일형 리스트형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당신 몸 흐르는 물소리 깊습니다 생각 더욱 깊어지고 완강해지는 눈빛, 나는 당신의 상실을 봅니다 내게 타인이라고 말하지 않던 당신 마음 언저리 썰렁하게 비어가고 풀벌레 소리 빈자 리를 채웁니다 이제는 당신 작은 뜨락조차 채울 수 없는 나의 달빛인지요 달빛으로 채우려했 던 당신, 어둠으로 넘쳐 다공의 내 뼈 속을 채웁니다 내가 당신을 향해 희망이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나를 향해 절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과 절망은 당신 몸 속에서 만나 강물처럼 소 용돌이치며 흘렀습니다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김윤배 詩集 『강깊은 당신 편지』(문학과 지성.1991) 이와 혀와 내 목을 울리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당신을 부르던 때, 당신이 나의 언어이던 때...... 더보기 가을, 오래지 않은 한국의 늦은 가을, 그러고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날들이었는데 벌써 오래전인 것만 같다. 그런 날에는 단순한 노래가 어울릴 때도 있다. 단순한, 복잡하지 않은....... 노래는...4번째 Dot에. 더보기 어느 유년에 불었던 휘파람을 지금 창가에 와서 부는 바람으로 다시 보는 일 바람이 구름 속에서 깊게 울린다 비가 오는데, 얼굴이 흘러 있는 자들이 무언가 품에 하나씩 안고 헌책방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책을 책장의 빈 곳에 쓸쓸하게 꽂는다 그러곤 아무도 모르게 낡아가는 책을 한 권 들고 펼친다 누군가 남긴 지문들이 문장에 번져 있다 마음이 이곳에서 나귀의 눈처럼 모래 속을 스몄던 것일까 봉인해 놓은 듯 마른 꽃잎 한 장, 매개의 근거를 사라진 향기에게서 찾고 있다 떨어져 나간 페이지들이 책에 떠올라 보이기 시작한다 비가 오면 책을 펴고 조용히 불어넣었을 눅눅한 휘파람들이 늪이 돼 있다 작은 벌레들의 안구 같기도 하고 책 속에 앉았다가 녹아내린, 작은 사원들 같기도 한 문자들이 휘파람에 잠겨 있다 나무들을 흔들고 물을 건너다가 휘파람은 이 세상에 없는 길로만 흘러가고 흘러온다 대륙을.. 더보기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75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이성복 詩集 『아,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지성,2003) 내 마음은 꽃들이 잃어버린 집이다. 지금 보이는 꽃들은 내 마음의 그림자다. 꽃들에게 집이 없다는 것은 내 마음의 집이 없다는 것이다. - 이성복 더보기 꽃차례 천체는 현존합니다 질량이 불변하듯이 가장자리에서부터 혹은 위에서부터 피어나듯이 꽃 한송이의 섭리는 불변합니다 들여다보면 항상 비어있는 지상 타인의 눈물과 핏물을 받아 마시며 제가 끌려 다니는 동안도 행성은 타원의 궤도를 돌고······ 이 한 몸과 마음이 때때로 추레하여 가슴에 별 하나 품고 살아가게 하듯이 슬픔의 벼랑 끝에서 곱게 핀 당신을 찾아내듯이 꽃, 한 송이 천체여 이승의 기나긴 밤에도 당신과 맺어져 있어 저는 살아 있는 것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꽃차례」 이승하 詩集『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세계사,1991) 행성과 행성의 거리는 빛이 도달하는 속도로 가늠할 만큼 넓다. 그 한없는 간극 사이를 소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거리로 줄여 오래된 추억과 빛바랜 노트에 적혀있는 낙서와 기억나지 않는.. 더보기 파도와 소녀 파도, 모든 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두려움과 공포, 혹은 정화의 기능으로...번쩍번쩍 슬픔에서 나를 들어올리는 바다의 거대한 손 혹은 그런 의미로... @Newport Beach 더보기 여기 이 곳에서 너를 부르다 내 어린 사랑이 다른 사랑과 다르다고 목놓아 외쳐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해 허락되지 않은 불편하고 일방적인 나를 던진 적도 있었다 나는 네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파도가 부서져 길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통로를 만드는 여기, 바다 한 가운데 시간은 모든 것을 제 갈 길로 옮겨 놓고남은 건 서로 다른 공간 속의 꿈, 바람이 바람을 불러 속삭이던 그 밤의 시간도 서로 다른 기억 속, 절대로 기억나지 않을 기억이 되어 바람에 일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 너를 부르며 서있는 내 마지막 소리도 곧 내 기억 속에서 일렁이지 않을 작은 바람이 될 것이다 더보기 B-612 조금씩 조금씩 바다로 가는 조약돌. 바다로의 회귀, 살아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시 영원한 순환으로의 승화. 돌아간다는 말이 던져주는 그 아름다운 느낌, 그리운 곳, 내가 아름다웠었던 날들의... 더보기 갯벌과 바다 2010 @ 제부도 아무도 없는 저 갯벌과 바다 희부윰한 바다 끝 하늘 삶이 물었다 너 어디로 가고 있냐고, 햇살 한 줌 올려놓기도 좁은 내 어깨 위에 네 짐 올려놓지 않았느냐 이제는 쉴 수 있게 너를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으냐 삶이 말했다 그리고는 어둠일 것이라고 바다가 어디고 하늘이 어딘 지 분간할 수 없는 그 경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죽음이든 혹은 다른 이름이든 네 청춘의 깊은 주름 위에 나를 펼쳐놓을 수 있을 때까지 그냥 더 가야하지 않겠냐고. 더보기 바다로 가는 길 길 위에서 스무 살의 내가 어떤 얼굴에게 사랑한다 말했었는 지 기억한다 어떤 슬픈 표정의 네가 나에게 울먹이며 거대한 生의 기록에 대해 부력에 대해 말했었는지를 기억한다 아련히 다가왔던 바람이 어떻게 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는 지를, 그리고 오래된 후 길 위에서 서른 살의 내가 어떤 얼굴에게 사랑한다 말했었는 지 기억하지 못한다 구부러진 둥근 시간의 둘레를 지나며 아득해진 그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더보기 레몬트리 나 약속할게 언제나 기분좋은 상쾌함에 웃을래 환하게 반기는 노란 빛깔 Lemon Tree 오 조금만 더욱더 새롭게 더 예쁘게 온 세상을 상큼하게 할거야 가슴에 가득히 내 꿈에 숨겨온 널 위해 가꿔온 노란 빛깔 Lemon Tree 송기원 작사, 박혜경 'Lemon Tree' 중에서 더보기 정물 눈을 감아도 보이던 네 얼굴이 있었다 세상 환하게 풀어놓아도 남을 만큼 시린 푸른 빛으로 내 가슴이 물들어버려 그 젖은 눈을 감아도 보이던 네 얼굴이 있었다 추억은 방울방울 동그란 네 얼굴을 흘러내려 선연하던 기억을 둥글게 번지게 한다 누가 알았을까 우리 헤어질 것이라고 헤어지기 위해 만났고, 또 다시 만나기 위해 헤어졌다고 그렇게 쉬운 말들로 나를 위로해봐도 항상 그렇든 시간은 항상 모든 것을 헝클어트려 놓는다 너, 거기 있어라 그 길고 둥근 시간의 둘레를 지나 내가 먼 길을 찾아 너를 다시 만날 때까지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