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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길목

그곳에 다녀왔다 - Rothko Chapel 로스코는 자신의 미술적 숭고에 대한 접근 방식을 '침묵'으로 정의했다. 45cm의 거리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물리적 요구사항이라면, 침묵은 말이 가져다주는 일차적 예술의 향수(享受)에 대한 방법적 극복을 의미한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덧대어진 색덩어리의 색채적 감상으로서가 아니라, 침묵으로 색을 넘어서고 윤곽의 유한함을 넘어서 형태의 관계를 벗어나면 수평과 수직으로 분할된 평면의 공간이 팽창과 수축을 통해 혼합된 색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울림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감정의 파도와 색 너머의 세계에 있는 운명과 비극에 대한 인간의 기본의 감성을 조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그림을 통한 원시적이고 근본적인 내면의 조우, 그것이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세상의 의미였던 것이다. Rothko Ch.. 더보기
On The Road Again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 중에 하나, 건너온 길과 건너간 길 사이 온갖 암호처럼 얽힌 길과 씨름을 하다 뒤돌아 온 길을 바라다보면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러다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되묻게 된다 기억이 나를 기억하지 못했거나 길 위에서 물결이 되어버렸거나 오늘을 위해 기억해둔 시간과 장소는 어제의 일이 되어 사라지고 문득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이 다음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하게 된다 길을 걷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그 시간이 나를 다시 길로 밀어내는 거대한 순환 속 그 길 위의 작은 돌맹이 그건 칼레 아그넬로나 코르테 로타, 낯선 길이름을 찾은 일이 아니라 이 길의 어디 쯤 나를 놓아 두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 이정표도 없는 덩그런 길에 사람들 바삐.. 더보기
詩와 길의 이야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서울, 2020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타이난의 밤 대만의 경주, 타이난(Tainan)을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대만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 명나라가 건국되고 대만은 원주민들의 부족국가들의 여러 소왕국이 존재했었다. 대항해시대 이후 1624년 네델란드가 타이난에 거점을 확보하고 곧이어 타이난, 가오슝, 핑둥, 타이둥 등 동남부 일대를 세력권에 넣고 지배를 했었다. 스페인 역시 1626년 지룽, 단수이 등에 역시 거점을 확보하고 북부지역을 지배했다. 그리고는 으례 그렇듯 네델란드와 충돌을 해 대만에 대한 소유권을 둘러싼 전쟁을 했고 1642년 전쟁에서 패배한 스페인이 대만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와중에 중국본토에서는 1616년 청나라가 세워지고 명의 쇠퇴하는 가운데 명의 관리이자 해적이며 거상이었던 정성공(鄭成功)이 아버지, 정지룡과 함께.. 더보기
오래된 길목, 타이난 여행의 길은 으례 그렇게 알아두고 맞이하는 익숙함의 안도와 확인이 아닌, 낡고 오래된 길목 어느쯤 맞닥뜨리게되는, 낯선 그리움 혹은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풍경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앉은뱅이 의자들로 가득한 거리의 노점들이 홍등에 어른거리며 밤의 길 위를 흘러다닌다. 나도 거기에 있었고 너도 거기에 있어라. 흔들리는 것은 마음 뿐이 아니다. 그날 끈적이는 봄밤의 그 미풍에 흘러다니던 추억들도 거기에 있었다. Inger Marie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흙벽과 하얀 사막으로의 여행 지난 겨울 흙벽과 하얀 사막을 찾아 떠난, New Mexico로의 여행. Santa Fe - Taos - 다시 Santa Fe - (Las Cruces) - White Sand로의 일주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어도비색 건물들의 그 부드러운 흙빛의 고요함과 따뜻함이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밝게 빛나던 풍경을 만나는 길이었고, 그리고 하얀 모래 사막이 일몰에 붉게 물드는 걸 바라보던 길이기도 했다. Santa Fe Santa Fe Plaza 근처에 위치한 The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 대성당: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는 '프란시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교파를 초월한 신앙과 영성에 대한 존경을 받는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중 한명이다).. 더보기
기억할 만한 지나침 298 기억의 편린, 그 조그맣고 오래된 것이 씨앗처럼 자라 문득 뿌리를 내리고 내 안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끔 내가 알고 있을 만한 짐작으로 가늠해 보지만 이제는 허물어지면 더 아플까 걱정스러울 뿐 그것이 무언지도 모른채 @지난 3월 대만 용산사... ● Gert Taberner - Fallen 더보기
오래된 길목, 여름 태풍이 지나가고 더위가 함께 지나갔나보다, 손가락을 지나는 공기의 질감이 옅여지고 서늘해졌다. 무료한 나날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지루해질 것이다, 그러나그 지루함이 게으름으로, 나른함으로, 혹은 무료함으로 몸서리치게 용트림을 써서 결국 쭉쭉 기지개를 켜는 찌릿찌릿한, 행복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지극한 고요와 평온으로 나를 안에서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며 내 안으로 침잠寖潛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배고파도 배고프지 않으며 더워도 덥지 않을 시간.그래도 마카오의 여름은...덥다 :/ 지난 여름 @ Macau ● The Way You Look Tonight by Doris Day(1941) 더보기
결, 마음, 길 ● Long and Winding Road by Beatles 그대에게 가는 길은 길고 험했다 내가 알 수 없는 방황으로 헤메일 때도, 왜 여기 남겨져 걷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도 내가 걷던 그 길은, 결국 그대에게 이르고 있었던 것 그 길이 어디 쯤에서 끝날 지, 어디에서 나를 슬픔으로 지치게 만들런지, 모른다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나는 혼자였고, 또 혼자였고, 혼자 울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먼 길을 돌아 나를 여기 남겨둔 그대에게, 그대에게 가고 있다 더보기
길에 대한 이야기 어떤 것은 아무렇지 않은 사소한 시작을 가질 수도 있다. 내가 광활한 Southwest Texas를 횡단할 것이라고, Boyhood란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또 다른 Mexico 국경에 서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어디에서 흘러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은 어디가 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사소한 시작이 가져다 주는 나의 이야기들이 길고 긴 시간이 되어 나를 만들고 내 시간을 이어붙이며 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안에서 긍정적이고 합리적이며 이상적인, 비루한 시간들을 끊임없이 뒤로 하는 그런 의지로부터, 나에 대한 進步가 있기를.여기 길에 대한 영화와 그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들도 함께. 지난 길 위의 이야기로부터 Big Band National Park에.. 더보기
푸르른 날 비행기를 타고 3시간을 날아와 고향에 들렀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뜨겁다. 푸른 날들이 이 곳에 있었고, 나의 시간들도 여기 함께 있었다.그리움은 바람처럼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기억을 오래된 시간 속에서 날려올린다.거기 내가 있었다, 밝은 햇살, 물결, 눈부시던 나의 푸른 날들...... ● Homesick - Kings of Convenience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