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olpoem

흙, 그릇, 바람 따뜻한 흙으로 빚은 그릇 안에 햇살을 담가두자. 언젠가 돌아오게 되는 그때, 지친 그대 어깨 위에 햇살 한 줌 얹어주자. 흙으로 빚은 것 흙으로 돌아가는 길, 따뜻한 기운으로 그대 또한 바람에 날아갈 수 있도록...... 두번 째 ● Run To Me by Bee Gees Run To Me If ever you got rain in your heart someone has hurt you, and torn you apart am I unwise to open up your eyes to love me? And let it be like they said it would be me loving you girl, and you loving me am I unwise to open up your eyes to.. 더보기
꽃이 핀다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를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꽃이 핀다」 문태준 詩集 『가자미』(문학과지성, 2006) 中에서 ****************************************************************************** 꽃이 피는 일, 그리워하는 일. 내가 소소히 만들어냈던 무수한 작은 일들, 그리고 그 기억들. 그리운...... 가끔은...... 더보기
길. 길을 가다보면 다시는 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길이 있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미리 스스로의 상황을 접어두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시는 돌아볼 수 없는 느낌이 드는 길이 있다. 그런 길은 한없는 끈으로 연결된 그리고 어느쯤 그 끈이 다하는 지 알 수 없는 生의 외길을 닮았다, 팽팽히 당겨놓은,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고, 사람들은 그 길에서 生을 다한다. 팽팽한 시위가 툭, 끊어지며 허공에서 흩어지는 그 순간. 그 초극 어디쯤에서...... @Utah 어디쯤 Page로 가던 길에 더보기
바닷가의 장례 장례에 모인 사람들 저마다 섬 하나를 떠메고 왔다, 뭍으로 닿은 순간 바람에 벗겨지는 연기를 보고 장례식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우리에게 장례말고 더 큰 축제가 일찍이 있었던가 녹아서 짓밟히고 버려져서 낮은 곳으로 모이는 억만 년도 더 된 소금들, 누구나 바닷물이 소금으로 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죽음은 연두빛 흐린 물결로 네 몸 속에서도 출렁거리고 있다 썩지 않는다면, 슬픔의 방부제 다하지 않는다면 소금 위에 반짝이는 저 노을 보아라 죽음은 때로 섬을 집어삼키려 파도 치며 밀려온다 석 자 세 치 물고기들 섬 가까이 배회할 것이다, 물밑을 아는 사람은 우리 중 아무도 없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사자의 어록을 들추려고 더 이상 애쓰지 말자, 다만 해안선 가득 부서지는.. 더보기
To Know Him Is To Love Him 그림자를 벽에 드리우는 일, 햇살을 알아가는 일 빛이 내리는 일만 생각하며 그대를 떠올리는 오후 하릴없이 봄날의 아지랭이를 세며 시간을 기다리던 그때, 쓸쓸히 남게 되는 일을 생각하며 벽에 그림자를 만들던 그대를 알게되는 것은 그대를 사랑하는 일. 두번 째 ● To Know Him Is To Love Him by Amy Winehouse 세번 째 ● To Know Her Is To Love Her by The Beatles 더보기
선인장은 달팽이의 꿈 이 많은 가시들은 햇살이 길러낸 깊은 슬픔이다 날카로운 바늘의 깊이는 찬란한 시간을 보낸 인생의 날들이며 우연에 기댄 그대의 어깨 너머 바라보는 세상이다 꿈을 꾸듯 잠을 자던 시절이 있었다 신비한 모래의 춤을 건너 몰운대 절벽으로 사라져간 새들의 날개, 그렇게 뒷걸음질 치며 서서히 물러가는 바다, 그 폭풍을 조용히 등에 짊어진 달팽이처럼 그렇게 고요한 꿈을 길러내던 시절이 있었다 깊은 슬픔이 길러낸 햇살이 가시를 만들던 때, 그 때 두번째 ● In Liverpool by Suzanne Vega....... 더보기
저녁 나무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우리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와 구름의 물결이 숲 위에서 걷혀지기를 그래서 이제 우리가 낮의 숨결을 바꿀 시간이기를 아직 저녁이었다 해는 여전히 냉정하게 두 팔을 산 위에 얹어놓고 있었다 우리들 중의 누구는 뗏목을 타고 왔고 걸어왔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눈부셨다 그러나 이 저녁에 참으로 투명한 이 날에 선택받은 자는 누구인가 목수가 될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기다렸다 해가 지고 숲 위로 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중략...) 저녁이 오면 나는 창가에 앉아 한 나무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또 한 그루의 나무가 그림자를 뻗어 서로 맞닿는다 그 그늘 속에는 설탕을 나르는 곤충들과 이상한 새와 공을 잡으러 가는 여자아이들도 있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무엇.. 더보기
Book's Life 책꽂이들에 가지런한 책들 중에는 내 나이보다 곱절은 더 오래된 책들도 있고, 어린 것들도 있다. 옛날 책일 수록 조판이 작고 종이의 질도 거칠다. 대부분의 책들은 내가 살아온 방들의 기억을 안고 있다. 나이테처럼 햇살의 방향을 나란히 가진 색 바랜 모서리를 가진 책들은 그 방의 창문을 기억하고 있고, 그 창문 너머 속삭이던 사랑과 달빛과 술과 장미의 날들을 기억하고 있다. 책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경배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추억의 헌사이다. 더보기
Soar Away 저 햇살 가득한 하늘, 높은 계단 한 걸음에 달려올라가면 날아오를 수 있을지 몰라. 두 팔을 펴고 너를 위한 그리움만큼 부레를 한껏 부풀리면 그렇게 바람을 안고 날아오를 수 있을 지 몰라, 그렇게 너에게 가는 길이 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만큼 가벼울 수 있다면 그 비행의 끝이 나의 모든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온 몸을 던져 날아오르는 그 마지막을 위해. ● Angelic Breeze - Soar Away 더보기
달. 불온한 것. 비가. 붉은 달. 내 처음처럼 미숙한 부끄러움. 차가운 금속, 하지만 그 어떤 비단보다 고요한 부드러움. 노랗게 빛나는 부엉이. 밤의 둥지. 저기 멀리 앞질러 앞질러 가는 논두렁 너머 그림자. 어떤 마음보다 가라앉을 수 있는 심연. 드러내놓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 바람 이 너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꿈보다 더 가벼운 달. 더보기
은행잎을 노래하다 그래도 열 손가락으로 헷갈리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 세다 세상을 뜬다는 것 얼마나 자지러진 휘모리인가. 갓 뜬 노랑 은행잎이 사람과 차(車)에 밟히기 전 바람 속 어디론가 뵈지 않는 곳으로 간다는 것! 갑자기 환해진 가을 하늘 철근들 비죽비죽 구부정하게 서 있는 정신의 신경과 신경 사리로 온통 들이비쳐 잠시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고 길 건너려다 말고 벗은 몸처럼 서 있어도 홀가분할 때, 땅에 닿으려다 문득 노랑나비로 날라올라 막 헤어진 가지를 되붙들까 머뭇대다 머뭇대다 손 털고 날아가는 저 환한 휘모리, 저 노래! 「은행잎을 노래하다」 황동규 詩集『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문학과지성,2003) 어떤 우연이 나에게, 내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커다랗고 둥근 기다림을 줄 것인가 그 둥근 기다림 속 너를 환한.. 더보기
네 이마에 햇살을 겨누며 모질도록 아니다 아니다 되뇌어봐도 이미 내 마음 한 가운데 박힌 못은 검게 녹슬고 있다 너는 죽은 것이다, 내 마음이 너를 살려놓을 수 없다 사랑은 그렇게 비틀거리며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두번 째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Nina Simone. Animals의 Blues Rock이나 Santa Esmeralda의 Disco보다 더 아름다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