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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poem

입 속의 검은 잎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 더보기
불의 미학, 혹은 배화밀교 불꽃은 우리들에게 상상할 것을 강요한다. 불꽃 앞에서 꿈꿀 때, 사람이 상상한 것에 견주어 본다면 사람이 인지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꽃은 그 은유와 이마주의 가치를 매우 다양한 명상의 영역 안에 두고 있다. 불꽃의 몽상가는 모두 잠재적인 시인이다. 그리고 불꽃 앞에서의 모든 몽상은 감탄하여 바라보는 몽상이다. 몽상가는 단지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닌 하나의 과거, 세계의 원초적인 불의 과거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불꽃은 인간에 있어서만 하나의 세계다. 그러므로 불꽃의 몽상가가 불꽃을 향해 말한다면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그는 시인인 것이다. 세계를, 세계의 운명을 확대시키고, 불꽃의 운명에 대하여 명상함으로써 몽상가는 언어를 확대시킨다. 그는 세계의 미美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램프가 지배했던.. 더보기
삶은 여행 삶은 여행, 단순한 문장이 주는 좋은 점은 많은 의미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를 거기에 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가고 돌아오고...그 모든 것들이 어찌보면 여행이고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라이언 빙햄(영화, 'Up in the Air, 2009)은 삶을 오롯이 여행처럼 살고자 했었던 것일 지도. 삶은 여행이고 또 그 여행은 삶이다. 내 삶이, 여행이 누군가의 삶과 여행과 만나서 교차할 때,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가 우리의 삶이 된다. 이상은, 삶은 여행 from 13집 'The Third Place' (2007) 가사: 의미를 모를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 더보기
오래된 길목, 타이난 여행의 길은 으례 그렇게 알아두고 맞이하는 익숙함의 안도와 확인이 아닌, 낡고 오래된 길목 어느쯤 맞닥뜨리게되는, 낯선 그리움 혹은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풍경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앉은뱅이 의자들로 가득한 거리의 노점들이 홍등에 어른거리며 밤의 길 위를 흘러다닌다. 나도 거기에 있었고 너도 거기에 있어라. 흔들리는 것은 마음 뿐이 아니다. 그날 끈적이는 봄밤의 그 미풍에 흘러다니던 추억들도 거기에 있었다. Inger Marie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더보기
꽃과 나비 201 나는 다시 시작하는 나비, 그대의 푸른 하늘에 박제가 되어도 좋을 그런 행복으로 334 오래전 담담히 그리고 묵직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얘기했었다. "진정한 소통은 자기 동일성의 언어를 반복하는 피로가 아니라 타자의 언어에 귀를 귀울이는 모험이다 소리는 그런 소통의 통과제의를 거쳐 진정한 하나의 울림이 된다 하나의 울림은 곧 우리의 합창이며 그것은 다시 새로운 도시의 시작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지금 그 말들을 담담히 다시 내게 되묻는다. ● Empty - Ray LaMontagne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흙벽과 하얀 사막으로의 여행 지난 겨울 흙벽과 하얀 사막을 찾아 떠난, New Mexico로의 여행. Santa Fe - Taos - 다시 Santa Fe - (Las Cruces) - White Sand로의 일주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어도비색 건물들의 그 부드러운 흙빛의 고요함과 따뜻함이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밝게 빛나던 풍경을 만나는 길이었고, 그리고 하얀 모래 사막이 일몰에 붉게 물드는 걸 바라보던 길이기도 했다. Santa Fe Santa Fe Plaza 근처에 위치한 The Cathedral Basilica of St. Francis of Assisi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 대성당: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는 '프란시스코 수도회'를 창설한 교파를 초월한 신앙과 영성에 대한 존경을 받는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중 한명이다).. 더보기
기억할 만한 지나침 298 기억의 편린, 그 조그맣고 오래된 것이 씨앗처럼 자라 문득 뿌리를 내리고 내 안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끔 내가 알고 있을 만한 짐작으로 가늠해 보지만 이제는 허물어지면 더 아플까 걱정스러울 뿐 그것이 무언지도 모른채 @지난 3월 대만 용산사... ● Gert Taberner - Fallen 더보기
어제의 말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Grau ist alle Theorie, Und grün des Lebens goldner Baum 말 속에 갇혀서 전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다. 내가 당신을 알지 못하는 것만큼 당신이 나를 알지 못하는 것. 그 말들이 글이 되어 바람에 날린다. 내가 당신을 알지 못하거나 당신의 손짓을 알지 못했거나. 모두 어제의 말, 못다한 어제의 일. ● Amos Lee - Seen It All Before (2005) 더보기
우리가 가는 길 "우리는 신이 내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블루스 형제는 말했다. 자동차 탱크에는 연료가 가득 차 있었고 담배는 반 갑이 남아 있었으며 시카고까지 아직 106마일을 더 가야 했다. 날은 어두웠지만 그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임무'가 있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했고(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from 'Stippin by Woods on a snow evening'), 모세는 호렙산 근처에서 계시를 받고 히브리인들을 구출하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했다. 언제나 문득 가던 길을 멈춰서서 다르게 거리를,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그렇게 길과 길 사이 내가 서있는 곳을 되집게 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더보기
Farewell my friend 그대가 아파도 나는 배가 고플 것이고그대가 죽어도 나는 잠을 자고 또 배가 고플 것이다처음의 허망함과 그 낯선 부재의 느낌에 몇 번씩 되뇌어 기억하고 슬퍼했지만 이별을 하고 다섯 달이 지나며 점점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내 슬픔은 과로하고 있지 않다, 착실히 인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덕목만큼만의 과정을 성실히 통과하고 있는 것그리운 것은 그와의 추억, 떠나갈 때 담담히 잘 가라고 받아들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개인적인 利己를 넘기는 것으로 나를 무마했었다젊은 죽음은 어떻게 감당해야할까 싶은 마음에 허망하고 부질없는 말들만 뿌리고그리고 이렇게 뒤늦게 담담히 그를 적는다33살, 너의 죽음을 기억하며, 부디 고운 곳에서 지내길...Good bye, Rick... 더보기
그대의 그림자가 흔들리던 299나무들의 키가 김환기만하다, 라는 싯구를 그는 좋아했다당신의 키는 어디쯤 가 닿았을까길과 길 사이 드리워진 가을낙엽들이 바람을 따라 날아오르던언저리쯤, 그대의 그림자가 흔들리던 그 사이쯤비감과 체념의 사이, 놓여진 길, 이제는 어디도 닿는지도 모를길을 거둔다. 2017 Fall @ Yosemite ● 내일 - 한희정 (미생 OST) 더보기
오래된 길목, 여름 태풍이 지나가고 더위가 함께 지나갔나보다, 손가락을 지나는 공기의 질감이 옅여지고 서늘해졌다. 무료한 나날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것도 지루해질 것이다, 그러나그 지루함이 게으름으로, 나른함으로, 혹은 무료함으로 몸서리치게 용트림을 써서 결국 쭉쭉 기지개를 켜는 찌릿찌릿한, 행복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지극한 고요와 평온으로 나를 안에서 일깨우는 시간이 될 것이며 내 안으로 침잠寖潛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배고파도 배고프지 않으며 더워도 덥지 않을 시간.그래도 마카오의 여름은...덥다 :/ 지난 여름 @ Macau ● The Way You Look Tonight by Doris Day(194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