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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詩: 인사 Salut 아무 것도 아닌 것, 이 거품은, 이 때 묻지 않는 시는 술잔을 가리킬 뿐, 저기 멀리 해정(海精)의 떼들 수없이 몸을 뒤집으며 물속에 잠긴다. 오 나의 다양한 친구들아 우리는 함께 항행하며 나는 벌써 선미(船尾)에 자리 잡는데 그대들은 장려한 선수(船首)에서 우레와 찬 겨울의 물결을 가른다, 아름다운 취기에 못 이겨 배의 요동도 두려워 않고 나는 일어서서 이 축배를 바친다 고독, 암초, 별을 무엇이든 우리의 돛이 감당한 백색의 심려에 값하는 것에게. 「인사 Salut」 스테판 말라르메 詩集 『목신의 오후』(민음사, 1974)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탄생과 죽음, 잠재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기능적 활동으로서의 존재적 증명을 요구한다. 가끔씩 우리는 새로운 시작에 서게 된다.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시.. 더보기
성녀(聖女) - 스테판 말라르메 옛적에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반짝이는 그녀의 비올라의 도금이 벗겨진 오래된 비단목을 감추고 있는 창문에, 옛적에 저녁 예배와 만도(晩禱) 때면 넘쳐 나던 성모 찬가의 오래된 책을 펼쳐 놓고 보여 주는 창백한 성녀가 있어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하여 천사가 저녁 비상으로 하프를 퉁기는 성체현시대 같은 창유리에 오래된 백단목도 없이 오래된 책도 없이, 악기 날개 위로 손가락을 놀리는 침묵의 악사가 되어 「성녀(聖女)」 스테판 말라르메 詩集『오후의 목신』(민음사, 1974, 김화영 譯) À la fenêtre recélant Le santal vieux qui se dédore De la viole étincelant Jadis flûte ou mandore Est la sainte pâle, étalant .. 더보기
목적지, 무게, 조각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12월의 詩: 너, 없이 희망과 함께 너는 왔고 이 세기의 어느 비닐영혼인 나는 말한다, 빌딩 유리 벽면은 낮이면 소금사막처럼 희고 밤이면 소금이 든 입처럼 침묵했다 심장의 지도로 위장한 스카이라인 위로 식욕을 잃어 버린 바람은 날아갔다 너는 왔고 이 세기의 모든 비닐영혼은 말한다, 너, 없이 나는 찻집에 앉아 일금 3유로 20센 트의 희망 한 잔을 마셨다, 구겨진 비닐영혼은 나부꼈다, 축축한 반쯤의 태양 속으로 너는 왔는데도 없구나, 새롭고도 낡은 세계 속으로 나는 이미 잃어버린 것을 다시 잃었고 아버지의 기일에 돋는 태양은 너무나 무서웠다 너는 왔고 이 세기의 비닐영혼은 말한다, 네 손에서는 손금이 비처럼 내렸지 네가 왔을 때 왜 나는 그때 주먹을 쥐지 않았을까, 손가락 관절 마디마다 돋아드는 그림자로 저 완강한 손금비를 후려치지 않았을..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Preservation Hall 1950년대에 'Associated Artists'라는 art gallery였던 이 곳을 1961년 Barbara Reid가 인수하면서 전통적인 음악공연장으로 바꾸고 'Prevervation Hall'로 명명했다. 그 후 필라델피아의 튜바 연주가였던 Allen Jaffe가 뉴올리언즈를 방문했다 이 곳에 매료되어 인수했고 뉴올리언즈 뮤지션들을 고용해 공연장을 운영했다. 그는 술과 음료,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고 어떤 기계적인 증폭장치도 사용하지 않았고 광고도 거부하며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Allen Jaffe는 밴드를 이끌고 세계투어를 시작했으며 그의 사후에도 밴드는 지금까지 'Preservation Hall Jazz Band'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보기
11월의 詩: 걸리버 창문 모서리에 은빛 서리가 끼는 아침과 목련이 녹아 흐르는 오후 사이를 도무지 묶이지 않는 너무 먼 차이를 맨 처음 일교차라 이름 붙인 사람을 사랑한다 빈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의 마음으로 + 커피를 따는 케냐 아가씨의 검은 손과 모닝커피를 내리는 나의 검은 그림자 사이를 다녀올 수 없는 너무 먼 대륙을 건넜던 아랍 상인의 검은 슬리퍼를 사랑한다 세계지도를 맨 처음 들여다보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적어놓은 채로 죽은 어떤 시인의 문장과 오래 살아 이런 꼴을 겪는다는 늙은 아버지의 푸념 사이를 달리기 선수처럼 아침저녁으로 왕복하는 한 사람을 사랑한다 내가 부친 편지가 돌아와 내 손에서 다시 읽혀지는 마음으로 + 출구 없는 삶에 문을 그려넣는 마음이었을 도처의 소.. 더보기
어떤 경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10월의 詩: 가을의 소네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Also Sprach Zarathustra Also sprach Zarathustra: Ein Buch für Alle und Keinen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만인을 위한, 그러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 건강한 인간이 부르는 영원한 긍정의 노래 저녁마다 바다 저편으로 떨어져 하계(下界)를 비추어주는 그대처럼, 그대 넘쳐흐르는 별이여! 나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몰락해야 한다. 내가 저 아래로 내려가 만날 사람들이 말하듯이. 그러니 나를 축복해 다오. 그대 고요한 눈이여! 크나큰 행복조차도 질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대여! 나의 눈물과 함께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나중에서야 정의가 절름거리며 그대를 따라오리라. 우리는 서로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말이 없다. 우리는 서로 침묵을 지키며, 서로 .. 더보기
9월의 詩: 일찍 피는 꽃들 일찍 맺힌 산당화 꽃망울을 보다가 신호등을 놓친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는 영화의원 앞 신호등을 제때 건너지 못한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그 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떤 기운에 취해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린 듯하다 언젠가는 찾아 헤맬 수많은 길들이 등 뒤에서 사라진 듯하다 서슴없이 등져버린 것들이 기억 속에서 앓고 있는 곳 꽃망울이 기포처럼 어린 나를 끓게 하던 곳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그 꽃나무 어딘가에 있는 듯 나는 신호등을 놓치며 자꾸 뒤를 돌아본다 「일찍 피는 꽃들」 조은 詩集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 2010) 화사한 봄날, 꽃대궁 밀어내는 꽃은 스스로를 뒤집어 삶의 내면을 햇살에 내어놓는다. 삶의 순간이 다할 때까지 이 모든 속과 겉, 안과 밖의 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마치 삶의 슬픔을.. 더보기
8월의 詩: 추운 여름에 받은 편지 지난주까지 이방의 병원에 있었습니다 끼니마다 나오는 야쿠르트를 넘기며 텅 빈 세계뉴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나날이었어요 병원 옆에는 강이 하나 있다고 하나 강물은 제 갈 길을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돌려 병원 옆 강에는 무성한 풀이 돋고 발 달린 물고기들이 록밴드처럼 울고 있었어요 어제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피곤한 눈 대신 귀가 당신의 편지를 읽었어요 아마도 이웃집 기타리스트에게 기타는 빌려온 연인인가봅니다 빌리는 시간이 그냥 지나쳐버릴까봐 기타리스트는 기타의 심장에다 혀를 가져다 대고 있는데 아버지는 또 군대를 그곳으로 보냈나요 소리 없이 그곳으로 보냈나요 그래서 아이들은 부엌에 앉아 감자 껍질을 벗기며 오래된 동화책에다 물을 주고 있나요 어제는 하릴없이 마흔 살에 죽었다는 철학자의 초상을 들여다 보.. 더보기
인생은 독서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