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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다녀왔다 - 임가화원(林家花園) 임가화원(林家花園)은 이름 그대로 임씨 가문의 화원이라는 뜻이다. 대만 신 타이페이시(New Taipei City)에 위치해 있는 임가화원은 임본원(林本源, Lin Ben Yuan) 가문이 지은 정원으로, 타이난(Tainan)에 있는 오원(吳園), 신주(Hsinchu)의 북정원(北郭園), 타이중(Taichung)의 우봉래원(霧峰萊園)과 함께 대만의 4대 정원 중의 하나이다. 청나라시절 중국 푸젠성에서 타이완으로 이주한 임씨들이 쌀과 소금으로 축척한 부로 동치제와 광서제 시대에 걸쳐 조성했고 중국 정원 건축이 대만에서 가장 완벽하게 남아있는 하나의 예가 되었다. 2만평방미터의 대지를 개인정원으로는 중국의 정원과 비교해서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임가화원은 1977년 임씨가문이 타이완 정부에 헌납했고, 198.. 더보기
3月의 詩: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PRADA MARFA ? 만약 당신이 시골길을 하염없이 달리다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프라다 상점을 보게 되면 할 수 있는 생각은 ‘?’이 전부 일지 모른다. 그것은 생경함이라는 낯선 감정이며 불일치 혹은 불합리한 느낌으로 치환될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서있는 명품매장, 그리고 절대 문이 열리지 않는. PRADA MARFA(프라다 마파)로 명명된 이 전시물은 예술가 Duo 미카엘 엘름그린(Michael Elmgreen, 덴마크, 1961~)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르 드라그셋(Ingar Dragset, 노르웨이, 1969~)에 의해 2005년 텍사스 주 발렌타인이란 작은 마을 옆에 세워졌다. 데페이즈망(Depaysement) 혹은 낯설게 하기, 그것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를 대량생산에 대한 미메시스, 복제를 다시 복제함으.. 더보기
色과 形態 斷想錄 색(色)은 마음의 빛이며 형태(形態)는 마음의 길이다. 빛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꺽이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다. 빛의 직진은 삶의 무가해한 순수, 이면에 대한 무목적인 질투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의미를 생존의 방향으로 놓아둘 때 이 직진성은 무가해하며 무목적인 길로 달려간다. 한치 앞을 살피지 않는 그런 순수는 삶과 죽음의 가느다란 경계를 달리는 삶의 또 다른 위협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진의 빛이 아름다운 굴절들로 풍성해질 때 내가 만든 공간을 가득채워 순수와 이타적인 삶의 희열이 될 때 그 빛들은 내 마음에 형태가 되고 쌓여 길이 된다. 승화라고 불러도 좋을 이 형태적 결과는 나의 자주적이고 내면적인 울림이다. 마음의 결을 따라 빗어내는 세월이 또 다른 형태의 빛이 되고 길이 되는 그런 과정.. 더보기
2月의 詩: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가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언젠가는」 조은 詩集 『생의 빛살』(문학과지성, 2010) 사람의 기억엔 주소가.. 더보기
목신의 오후 255. 서걱거리는 모래. 슬픔은 왜 소리가 날까 식물들이 발을 모으고 울음 우는 동안 지금 이 시간은 무슨 소리가 될까 생각을 한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무엇으로도 명명하지 못할 그런 거리에 대한 슬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대를 생각할 때 지치지 않는 마음의 끝 그대는 어떤 소리가 되어 슬픈 모래들 사이를 날아갈까 102. 너는 이제 내 시간에서 사라진다. 몇 달전 네게 받은 전화가 마지막이었다는 것도, 서두없었던 너의 목소리도, 성의없었던 내 응답도 이제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랬다. 느닷없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우리의 혼을 빼놓고 또 느닷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멋있었던 너의 청춘도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너의 거칠었던 날들도 이젠 평온해졌다. 겨울이 지나고 꽃이.. 더보기
1月의 詩: 당신은 첫눈입니까 누군가 스쳐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 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오르는 가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 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살을 우울이라 .. 더보기
12月의 詩: 조그만 사랑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中에서 어제는 오늘의 내일. 그 어디쯤에선가 문득 걷던 길을 멈춰서서 나는 오늘의 일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시간이 쌓아놓은 나의 生活이 관계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을 곰곰히 되짚어 본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과 어제의 기억들이 오늘의 기억들에게 찬찬히 시간의 忍苦를 이야기해주는.. 더보기
斷想錄 샘, 새암,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이미지를 가로질러 간다. 움직이지 않는 기묘한 푸른 꽃들로 가득찬 화단, 춤추지 않고 흐르지 않고 날아앉은 새들이 모여있는 언덕, 물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때론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그리고 또 깊게 흘러간다. 그것은 곧 실존의 꿈이다. 그 꿈은 물이 반영으로 되비친 모든 것들은 환영으로 가득찬 이미지가 되어 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율동하고 흘러내린다 - 물의 운명을 아는가 - 햇살을 걷어내고 어둠과 그림자를 안고 물은 어두운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것은 물이 안고 가라앉는 실체의 소모, 죽음으로 승화된 실존의 무게를 의미하며 어둡고 무겁고 깊은 존재의 심연을 가리킨다. 그렇게 물은 고요하고 끝모를 어둠, 꿈꾸는 무덤이 되어 거대한 잠 속에서 또 다.. 더보기
수인선 철도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갈대 북서풍과 청둥오리의 2월 스스로 독을 품게 하던 겨울의, 가난과 갈증의 새벽으로 가는 밤마다 몸서리치며 떨던 바다를 한 광주리씩 머리에 이고 고개 숙인 낙타처럼 또박또박 걷게 하는 하나뿐인 길 떠나는 사람들이 남기고 간 빵과 홀로 남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같은 그들이 버리고 간 추억이 깨진 소주병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불륜의 끊임없는 바퀴와 익숙한 체중을 못 잊어하는 옥수수밭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아이들의 뜨듯한 가랭이 같은 아직도 귀대면 중무장한 병사의 씩씩한 발자국 소리 같은 것이 오래도록 남아서 태업한 꿈 속까지 이어지는 나는 수척한 햇빛에 이리저리 반사되며 얻어터지며 철길 위에 팔 벌려 수평을 잡으며 위태롭게 걷는다 그렇게 왔다 가나부다 70년대 배호 김종삼 그리고 너.. 더보기
즐거운 생일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도 보인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너머 막 옷 갈아입는 중인 헛것도 보인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 너머 무한의 헛것이 보인다 내가 사진 찍어준 친구들 지나가다 보면 아직도 그 자리에 김치이, 하고 굳어 있다 내 얼굴에는 굵은 소금에 좌악, 긁힌 상처가 있다 십 년 만에 땀을 닦은 것이다 대학 2학년 때 나랑 헤어진 여자는 아직도 그 카페에서 떨리는 손으로 식은 커피잔을 쥐고 있다 나는 쏟은 물 위에 유서를 썼고 서명까지 남겼다 죽어버려라, 라는 말이 증발해버렸을 때 나는 비로소 가벼움에 취했다 나는 울 줄도 알고 웃을 줄도 알고 둘 중에 하나를 십 초 이내에 선택할 줄도 안다 나의 표정은 도시 게릴라의 마지막 항전 기록과도 같다 그리.. 더보기
11月의 詩: 레몬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